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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버트]이 여름은 공란이어야 하니까.

마로시 2023. 9. 15.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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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름은 공란이어야 하니까
 
KPC 휴버트 PC 샤를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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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1 : 여름을 실은 종이비행기 ]
 
빳빳한 새 교복 사이로 후덥지근한 여름 바람이 스며듭니다.
 
한여름의 중간, 그 날씨를 여실히 체감하며 교정으로 들어서면 새로운 학교가 보입니다.
 
샤를로트 :(오, 학교.)
 
필레도 고등학교.
 
당신이 새로이 다니게 될 곳이죠.
 
학기 중의 전하기라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기 마련이지만, 운이 좋기를 기도해봐야겠습니다.
 
그렇게 학교 안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뒤통수에 무언가가 콕ㅡ, 하고 닿았다가 바닥으로 툭 떨어집니다.
 
샤를로트 :(괜찮을까....걱정하다가 뒤통수에 닿았던 뭔가를 봅니다)...?
 
뒤를 내려다보면... 종이비행기입니다.
 
살펴보면 교과서를 찢어 만든 것임을 금방 알아챌 수 있습니다.
 
누가 만든 건지는 몰라도 수업에 큰 흥미가 없었던 모양이네요.
 
샤를로트 :(괜히 주워서 살펴봄...)
(비행기가 날아왔을법한 방향도 슬적봅니다)
 
고개를 들어 누가 던진 것인지 살펴보면....
 
반짝.
 
눈을 시리게 하는 빛이 스칩니다.
 
산치체크
 
샤를로트 :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눈 꾹 감았다 뜬다...)
 
그 빛 너머로 올려다보면 3층 높이의 창문이 열려있는 것이 보입니다.
 
반투명한 하얀 커튼 뒤로, 어떠한 인영이 잠시 아른거리다 모습을 감춥니다.
 
샤를로트 :(인영이 있던 자리를 봅니다)(저 애가 던진건가...?)
 
그때, 계단 쪽에서 당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샤를로트 :(계단쪽을 봅니다)....네?
 
담임 선생님: 안녕, 네가 새로 전학 온 샤를로트 맞니?
나는 네 담임 선생님이야. 좀 늦었구나? 이제 수업시간이라 마침 우리 반에 올라가고 있던 참이니까 같이 가자.
 
샤를로트 :아...안녕하세요...네, 알겠어요.
 
담임 선생님을 따라 3층으로 올라가면, 귓바퀴를 아릿하게 긁어대는 매미 울음소리와 맑고 높은 수업 종소리가 한데 뒤섞여 전학생인 당신을 열렬히 맞이합니다.
 
드르륵.
 
A-3반의 미닫이 문이 열리고, 당신을 단상 옆으로 세우는 담임 선생님의 목소리가 교실에 울려 퍼집니다.
 
담임 선생님: 모두 주목! 오늘 전학생이 올 거라고 미리 이야기 했었지? 자, 편하게 자기소개 해볼까?
 
샤를로트 :(긴장..)..어....이름은...샤를로트야... 잘 부탁해....(경직된 말투..)
 
긴장된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끝내고서야, 당신이 반년 간 머무를 교실과 학생들의 면면이 보입니다.
 
깔끔하게 정돈된 교실은 열어둔 창문으로 불어든 바람에 반투명하고 커튼이 크게 휘날리고 있습니다.
 
그 사이로 그늘이 졌다가 햇빛이 비추는 학생들은 대체로 얌전하고 모범적인 모습입니다.
 
당신이 전학생이라고 함부로 따돌리거나 배척할 것 같지는 않네요.
 
학기 중간에 전학 온 것치곤 운이 좋은 편일지도요.
 
담임 선생님: 모두 전학생에게 친절하게 대해주고, 샤를로트, 자리는..... 저기 오른쪽 맨 뒤에 빈자리 보이지? 저기에 앉으렴.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샤를로트 :아, 네...(본인자리 봄)
관찰력
기준치: 68/34/13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쩐지 그 자리를 가리키는 담임 선생님의 표정이 썩 좋지 않습니다.
 
저 자리를 주게 되어서 굉장히 미안해 보이는 듯한 얼굴입니다.
 
학생들도 힐끔힐끔 당신의 눈치를 보는 것이 영.... 이상하네요.
 
샤를로트 :....?(담임 얼굴 봄 다시 자리 봄)
 
하지만 선생님은 그 이상으로 딱히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습니다.
 
샤를로트 :(머뭐지...)(자리로 가며....)
 
책상들 사이로 곧게 난 길을 따라 맨 뒷자리로 향합니다.
 
더운 열기를 머금은 바람이 창문 새로 휘잉- 소리를 내며 들어와 커튼을 크고 둥글게 흩날립니다.
 
새하얀 오로라 같이 일렁이는 커튼이 차츰 가라앉으면.... 당신의 짝꿍이 될 사람의 얼굴이 보입니다.
 
창가 옆자리에 앉아 심드렁한 표정으로 턱을 괴고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는 그는,
 
짧게 자른 검은 머리카락에 햇빛이 내리쬐자 영롱한 보랏빛이 돌며 다소 몽환적일 정도로 아련하게 보입니다.
 
샤를로트 :(우....우와.)(크다...)(자리에 앉으면서...)
 
당신의 짝꿍은 당신에게 큰 관심이 없어보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교실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뭐라고 하던, 창밖을 바라만 보고 있을 뿐입니다.
 
샤를로트 :(짝꿍 계속 봄.......)
어......안녕...?(보다가 슬쩍 인사건네보며...)
 
휴버트 :(흠칫)
 
짝꿍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을 마주한 사람처럼 놀란 눈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가 싶더니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립니다.
 
아무래도 쉽게 친해지긴 힘들어 보이네요.
 
하필이면 이런 불친절한 친구와 짝꿍이 되다니....
 
이름조차 말해주지 않아 가슴에 붙어있는 명찰로 겨우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샤를로트 :(시무룩...)
 
휴버트. 지금 당신의 옆에 앉아있는 친구의 이름입니다.
 
담임 선생님: 자, 다들 교과서 펴렴. 전학생한테도 하나 빌려주고.
 
선생님의 말에 멀찍이 옆자리에 앉아있던 친구가 교과서를 빌려줍니다.
 
당신의 옆자리 쪽으로 잠깐 시선이 쏠리는가 싶더니 흠칫 놀라 황급히 제자리로 돌아가버리네요.
 
명백히 겁을 집어먹은 표정이었습니다.
 
대체, 이 녀석이 어떤 녀석이길래...?
 
샤를로트 :(빌려준 교과서를 받으면서)앗, 고마...(표정 봄)...워......
....(나 괜찮은건가...?)
 
휴버트의 책상을 보면 페이지가 찢어져 있는 교과서가 보입니다.
 
어? 일순 뒤통수에 종이비행기 코가 닿았던 감각이 되풀이됩니다.
 
샤를로트 :(어)(혹시....)(주웠던 종이비행기 꺼내봄)
 
종이비행기의 출처가 지금 당신 옆에 앉은 사람임이 분명해보이네요.
 
샤를로트 :(종이비행기 잡고 꼼지락대다가)....혹시 이거....(소근거리며 말걸기 재도전)
 
휴버트 :..? (다시 샤를로트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지금 나한테 말한겁니까?
 
샤를로트 :(헉 대답해줬다)어.....응.(고개 끄덕임)이거...니꺼인가 해서....(비행기 보여주면서)
 
휴버트 :(비행기를 슬쩍 보며) .. 그게 왜 당신에게 가 있는 겁니까?
 
샤를로트 :그건...모르겠는데....(진짜로) 갑자기 내 뒷통수에 날아오길래 그냥 주웠어.
 
휴버트 :.... 비행기가 소각장으로 떨어지지 않고 당신에게 떨어졌다, 그 말입니까?
....(그러곤 샤를로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소각장에 바로 떨어지지 않고 당신에게 닿은 걸 보면.... 조만간 소원이 이루어질 모양입니다.
 
샤를로트 :응....그런데 소각장은 왜....(뒤이어 들리는 말을 듣고)...소원..? 무슨 소원인데...? (마주 빤히 봄.....)
 
휴버트 :(한참을 마주 보다 이내 교과서로 눈을 돌리곤 한 장을 북 찢으며 중얼거린다.) 오늘 처음 본 당신에게 굳이 말해주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곤 능숙한 솜씨로 종이비행기를 접는다.)
 
그렇게 다 접은 종이비행기는 휴버트의 손에 의해 다시금 창문 밖으로 내던져집니다.
 
후끈한 여름바람을 타고 둥실- 허공을 가르던 종이비행기는 햇빛과 구름을 한껏 머금고 또로록 고개를 기울더니, 이내 아래로 사라집니다.
 
샤를로트 :(날아가는 비행기 빤히 본다...)
 
그리고 또 다시 부욱- 하는 소리와 함께 교과서가 뜯깁니다.
 
또 종이 비행기를 접을 요량이였는지 종이를 반으로 접어 세모 모양을 만들던 휴버트가 문득 당신을 쳐다봅니다.
 
휴버트 :당신도 접고 싶으면, 쳐다만 보지 말고 말을 하면 됩니다.
 
세모 모양의 종이를 당신에게 건네주며 그렇게 말합니다.
 
샤를로트 :응...? 이거 받아도 되는거야..?(찢긴 교과서 잠깐 보다가 얼결에 종이 받아듬...)
 
휴버트 :안 될건 또 뭡니까. 어차피 나는 수업을 들을 생각이 없습니다. 지루하니까 말입니다.
 
샤를로트 :( :ㅇ)수업 안들어도 괜찮아...?!(흠칫 놀라며)
 
휴버트 :그러는 당신도 수업을 듣지 않고 내가 종이접기 하는 걸 보고만 있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투다.)
 
샤를로트 :아....그렇네.....(얌전히 비행기 접으며...)(수업 재미없긴해...)
 
휴버트 :(불쑥) 당신도 소원 하나쯤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샤를로트 :(깜짝)....소원? 으음....있긴한데...소원이라고 해도 될려나...(생각보다 소박해서...)(긁적)
 
휴버트 :종이 비행기에 소원을 담아서 날리면,.. 종이비행기가 바람을 타고 오래, 멀리 날면 왠지 내 소원도 이루어질 것 같으니까....
설령 멀리 날아가지 않더라도, 이 바로 아래가 소각장이니 상관없는 겁니다.
 
샤를로트 :......소원이 뭔지는 모르겠지만...이뤄지면 좋겠네.(왠지 머슥함..)(내가 있는 곳까지 날아간거면 멀리 날아간 건가..)
 
휴버트 :...(잠시 종이비행기를 접던 손을 멈추고 창 밖을 바라보다가) 그러면 좋겠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결국엔 희망사항일뿐입니다.
 
샤를로트 :그래도....이렇게 계속 생각하고 있다는건 간절하다는 거니까...언젠가 이뤄질지도 몰라.
....아마도...?
 
휴버트 :.....
 
휴버트는 대답하지 않고 접은 종이비행기를 날립니다.
 
손가락으로 띄워보낸 종이비행기가 창틀을 넘어 둥실 바람에 몸을 싣습니다.
 
태양 빛을 한껏 받은 종이비행기는 잠깐 반짝하며 푸른 하늘을 삼키더니 자유롭게 부유하다가....
 
으응...? 바람이 반대로 부는가 싶더니 다시 돌아와 샤를로트의 이마에 콕 찍힙니다.
 
풉.
 
샤를로트 :(아얏)
 
푸웁..? 옆자리에서 웃음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하고 바라보면, 휴버트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연기하며 딴청을 피웁니다.
 
샤를로트 :......??(휴버트 봄)
 
그때, 종소리가 울려 퍼지며 담임 선생님이 수업 종료를 알립니다.
 
담임 선생님: 그럼, 다들 점심 맛있게 먹어라.
 
교실 곳곳에서 드륵- 의자를 끄는 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들려옵니다.
 
그와 함께 전학생인 당신과 친구가 되고 싶은 학생들이 몇몇 다가옵니다.
 
그러나 당신과 세 발짝 정도 떨어진 거리에 서서 휴버트와 당신을 번갈아 보더니 조심스레 당신만 부릅니다.
 
친구: 저,...기, 샤를로트...? 잠깐 이 쪽으로 와 줄래?
 
샤를로트 :어..?(휴버트랑 친구 번갈아가면서 봄)어...알았어.(일어나서 감...)
 
의아한 얼굴로 다가가면, 당신의 손목을 덥석! 잡더니 교실 밖으로 끌고 나갑니다.
 
샤를로트 :(어어라)(끌려감)
 
친구: 갑자기 끌고 나와서 미안! 휴버트가 너무 무서워서 그 자리에선 도무지 입이 열리지 않거든..... 일단 지금 다들 점심 먹으러 내려갈건데, 우리랑 같이 급식실 갈래? 안내해줄게.
 
슬쩍 뒤를 돌아보면 휴버트는 그새 교실을 떠났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샤를로트 :으응...괜찮아...(얼마나 무섭길래....)(고개 끄덕이면서)응, 같이가자.
 
친구들은 샤를로트를 데리고 급식실로 친절하게 안내해줍니다.
 
친구A: 그런데 샤를로트.... 어떡해, 전학 오자마자 그런 애 옆에 앉게 되어서. 괜찮아?
 
샤를로트 :그런애라면...휴버트..? 괜찮은거 같은데....(음....)
 
친구B: 대뜸 그렇게 말하면 모르잖아. 샤를로트는 전학생이니까.
 
친구A: 아, 그러네! 미안해, 샤를로트. 그러니까 설명을 하자면....
휴버트와는 최대한 엮이지 않는 편이 좋아. 샤를로트는 전학생이라 아무것도 모르니까 말해주는거지, 원래는 다들 입에도 올리길 꺼려하는 무서운 일진이거든.
 
친구C: 맞아, 휴버트는 항상 애들을 괴롭혀. 소문에 의하면 학생, 선생님 가리지 않고 때리고 다녔대. 그래서 암묵적으로 휴버트에 관한 모든 것엔 쳐다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않게 되어있어. 샤를로트 너도 가급적 조심해.
 
샤를로트 :(안엮이기엔 이미 옆자리인데)(:0)......정말이야..? 그렇게 나쁜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는데...
 
친구A: 그야 겨우 한교시정도 밖에 보지 못했으니까. 아무튼 가자, 오늘 맛있는 거 나와.
 
친구들의 말마따나, 휴버트는 본인의 정체가 일진이라는 것을 인증하는 것처럼 점심 이후로 내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땡땡이를 이렇게 대놓고 치는데....
 
샤를로트 :(비어있는 옆자리 봄)(진짜인가.....?)
 
교과목에 들어오는 그 어떤 선생님도 휴버트의 부재를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다들 필사적으로 휴버트의 존재를 지우개로 지워내듯, 그가 없는 풍경을 안심하고 즐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대체 얼마나 되바라진 녀석이길래...
 
좀 쌀쌀맞긴 해도 그렇게까지 나쁜 애로 보이진 않았는데 말이죠.
 
빈 옆자리엔 몇 페이지가 뜯긴 교과서만이 펼쳐져 있을 뿐입니다.
 
[ chapter 2: 너에게만 상냥한 반창고 ]
 
다음 날.
 
휴버트는 4교시가 다 되어서야 얼굴을 비췄습니다.
 
수업 중임에도 당당히 뒷문을 열고 들어왔죠.
 
공부에 흥미가 없는 일진 답게 가방 따윈 보이지 않았습니다.
 
샤를로트 :(가방이 없어....)
 
아무 눈치도 보지 않고 휘적휘적 들어와 당신의 옆자리에 앉은 휴버트는, 당신에게 인사도 없이 교과서를 찌익- 뜯어내곤 버릇처럼 종이비행기를 접습니다.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샤를로트 :(슬적 휴버트 봄)
관찰력
기준치: 68/34/13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연신 꼼지락거리는 것이 신경쓰여 힐긋 바라보면, 어제와 달리 그의 손이 온통 반창고 투성이입니다.
 
이곳저곳 긁힌 흔적과 얼룩덜룩 멍까지 들어있네요.
 
어제 점심 이후로 보이지 않는가 싶더니....
 
....헉?! 설마 패싸움이라도 하고 온 걸까요?!
 
샤를로트 :(손에 상처가....)(안 아픈가...? 좀 걱정됨....)
(....슬쩍 말걸어봄)...저기...휴...버트..?(이름 부르는게 아직 안 익숙하다...)그거 괜찮아....?(손에 상처 가리키며...)
 
휴버트 :.....(무표정으로 고개만 살짝 돌려 샤를로트를 한참동안 말없이 내려다본 끝에 겨우 입을 연다.) 그냥 좀 답답한 일이 있어서, 속풀이 좀 하고 왔습니다.
 
샤를로트 :속풀이를 어떻게 했길래.....(나지막이...
 
휴버트 :당신이 신경 쓸만한 일은 아닙니다. (잠시 말을 끊었다가) 왜, 내가 사람을 팼을까봐 그러는 겁니까?
 
샤를로트 :응? 아니....그건 아닌데....(옆눈)...그냥 걱정되서...?(우물쭈물..)
 
휴버트 :걱정이라... (희미하게 웃고) 내 걱정보다는 당신부터 걱정해야하지 않습니까? 내 옆자리에 앉은 것만으로도 당신 친구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텐데.
 
샤를로트 :(앗 웃었나...?)안 그래도 어제 듣긴 들었는데.....(음) 이미 옆에 앉았으니까 어쩔 수 없지 않을까...(뒷머리 긁적이며...)
 
휴버트 :선생님들조차도 나에 대해 언급하길 꺼리는데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니.. ( 놀랍다는 투로) 겁이 없는 성격인 겁니까?
 
샤를로트 :그건 아니지만.....(손 꼼지락...)
 
그때, 스피커에서 수업 종료를 알리는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아앗, 오늘도 휴버트와 대화를 나누느라 수업은 하나도 듣지 못했네요.
 
어쩐지 휴버트와 함께 있을 때면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휴버트는 수업 종 소리와 함께 그대로 교실을 나가버리고, 기다렸다는 듯 친구들이 우르르 샤를로트의 자리로 몰려옵니다.
 
친구들: 샤를로트! 밥 먹으러 가자.
 
샤를로트 :(끄덕이면서 일어납니다)응, 같이가자.(휴버트 가는 방향 쳐다봄...)
 
즐거운 점심 식사 후, 친구들은 남은 시간 동안 운동장에서 소화를 시키자고 제안합니다.
 
친구A: 어때, 샤를로트? 괜찮지 않아?
 
샤를로트 :좋아, 같이걷자.
(그런데 휴버트는 정말 가버린걸까....슬적 둘러봄)
 
휴버트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친구들은 샤를로트를 끌고 운동장으로 나갑니다.
 
그리곤 산책 겸 소화를 시키기 위해 운동장을 둥글게 도는데...
 
운 나쁘게도 샤를의 발 밑에 박혀있던 돌에 걸려 넘어져 버리고 맙니다.
 
HP-1d3
 
샤를로트 :
Rolling 1D3
굴림: 1
 
모래바닥에 무릎이 갈리는 불쾌한 감각과 함께, 주위로 친구들이 몰려옵니다.
 
샤를로트 :(아야.....씁....아....)
 
친구A: 샤를로트!! 괜찮아?! 어떡해.... 보건실까지 부축해줄까?
 
상처를 살펴보니 조금 절뚝일 수는 있어도 부축을 받을 정도로 심각한 상처는 아닙니다.
 
1층에 보건실이 있으니 혼자 금방 다녀와도 괜찮겠어요.
 
샤를로트 :괜찮아....많이 다친건 아닌거 같아....보건실에 갔다올게.
 
샤를이 보건실에 들어가보면,
 
커튼 칸막이가 있는 침대 네 개가 보이고 보건 선생님이 사용하시는 책상이 놓여 있습니다.
 
선생님은 잠시 외출이라도 나가셨는지 보이지 않네요.
 
샤를로트 :(안계시나...?)(두리번...)
 
아까까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많이 갈렸는지 무릎이 상당히 욱신거립니다.
 
의자에 앉아있기 불편할 정도로 아프네요.
 
그렇다고 혼자 응급처치하기엔 물품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고.....
 
함부로 뒤지면 혼날 수도 있으니....
 
일단은 보건 선생님이 금방 돌아오실 테니 침대에 잠시 누워서 기다려 볼까요?
 
샤를로트 :(기다리고 있으면 금방 오시겠지....)(침대로 갑니다)
 
침대에 드러눕습니다.
 
샤를로트 :(편하당)
 
그렇게 푹신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반쯤 열린 창문 너머로 아른하게 들려오는 친구들 목소리와 그늘진 바람이 신선하게 불어와 살랑한 커튼을 건드리는 것이...
 
생각보다 안락하네요.
 
전혀 졸리지 않았는데도 눈꺼풀이 무거워지며 잠이 들려는 그 때,
 
드르륵-
 
보건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샤를로트 :(!)(선생님인가? 확인하러 침대에서 일어납니다)
 
들어온 사람의 정체는 선생님이 아닌 휴버트였습니다.
 
휴버트는 샤를로트와 눈이 마주치자 잠시 얼어붙었다가, 이내 입을 엽니다.
 
휴버트 :..... 어디 아픕니까?
 
샤를로트 :(선생님이 아니였네...)(끄덕이고는 무릎의 상처를 가리킵니다)..넘어져서 이렇게 됐어.
아, 혹시 선생님 언제 오시는지 알아...? 멋대로 만지기도 좀...그래서...
 
휴버트 :.......
(잠시 고민하는 듯 하다가 익숙하게 구급키트를 꺼내어 샤를로트에게 다가온다.)
.. 이 정도는 써도 상관없습니다. ( 구급키트를 열어 샤를로트의 상처에 응급처치를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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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처치
기준치: 70/35/14
굴림: 6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샤를로트 :(휴버트가 응급처치하는걸 가만히 봅니다....)
 
HP+1d3
 
샤를로트 :
Rolling 1D3
굴림: 1
 
고작해야 간단히 소독해 주고 연고를 발라준 후 대충 반창고나 띡하고 붙여줄 줄 알았더니.....
 
생각과는 달리 굉장히 능숙한 솜씨로 당신의 상처를 섬세하게 치료해 줍니다.
 
휴버트 :.... 이제 됐습니까?
 
샤를로트 :(빤히 보다가) ....응, 괜찮은거 같아. ...고마워.(양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휴버트 :(아무 말 없이 창문을 바라보고 서 있다가 결국 침묵을 깬다.) ..... 그 상처는 어쩌다 다치신 겁니까?
 
샤를로트 :운동장에서 걷다가 돌에 걸려서....
 
휴버트 :뛴 것도 아닌데 넘어지다니, 운이 지지리도 안 좋았던 모양입니다. (반대쪽 침대에 털썩 앉아 구급키트를 뒤적인다.) 아마도 보건 선생님은 점심시간이 다 끝나서야 올겁니다. 오는 길에 다른 선생님들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을 봤습니다.
 
샤를로트 :(어쩐지 기다려도 안오더라....)...그런데 혹시 여기 많이 와봤어...? 익숙해보이는거 같아서....(구급키트 뒤적이는거 봄)
 
휴버트 :(손에 있는 반창고들을 떼어내고 그 자리에 새 반창고를 붙이며) 보다시피 자잘하게 다치는 일이 많아서 말입니다. 이 학교의 보건 선생님은 자리를 비울 때가 잦아 혼자 치료하는 것이 일상이다보니 이렇게 됐습니다.
 
샤를로트 :...다치는 일..?(궁금한듯이 처다봅니다...)
 
휴버트 :.......나에 대해 어떤 소문이 도는 지는 이미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믿을지 말지는 자유지만, 나더러 일진이라고 하는 소문은 단순한 소문일 뿐입니다.
사실 나는 복싱을 하고 있고, 이틀 뒤엔 아마추어 복싱 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거기에 출전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어제 종이비행기를 왜 날리냐고 물었습니까? 대회에서 우승하길 소원하는 마음을 담아 종이비행기를 날렸던 겁니다.
 
샤를로트 :난....너가 그렇게 나쁜애처럼 보이지 않았는걸....(휴버트 이야기 듣고 오...) 그래서 4교시만 지나면 바로 나갔던거야...? ...그런데 너는 소문이 그렇게 퍼져도 괜찮아? 사실이 아니잖아....
 
휴버트 :(샤를로트의 말을 듣고 소리내어 웃는다.) 하하! 그렇게 보였다니... 나는 상관없습니다. 굳이 소문을 바로잡으려고 하는 것이 의미없는 짓이라는 것을 압니다. 나는 지금이...... (무언가에 걸린 듯 말을 멈춘다. 점점 복잡한 표정이 되어간다.) .... 어쨌던 간에, 내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 적은 없다. 그것이 사실이니 괜찮습니다.
마냥 단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학교의 진짜 불량한 학생들도 저를 건드리지 않게 되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 당신을 보면, 내 생각이 틀렸던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드는 군요...
 
샤를로트 :(웃는거 봄)........나는...너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하지만 너에 대한 소문이 때문에 다들 걱정을 한단 말이야. 나는 너가....(응급처치해준 무릎 보면서)...좋은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불량한 애들이 건들지 않는다는건 좋은 점이지만.....그래도 역시.......(약간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침대에 걸터 앉아서 무릎만 본다....)
 
창틀을 비집고 내리쬐는 태양볕이 하얀 커튼에 우리의 그림자를 그려냅니다.
 
분명 실제로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앉아있음에도, 그림자는 각도 때문인지 서로의 어깨가 맞닿아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 맞붙은 거리만큼이나 서로의 마음 또한 닿아있다는 착각이 드네요.
 
바람결에 몸을 실은 커튼이 그런 우리를 부드러이 감싸고, 마치 여름에 꾸는 짙은 파랑의 꿈을 보여주듯이 너울거립니다.
 
그 속에서 휴버트와 시선이 얽힙니다.
 
말없이 섞이는 틈으로 한여름의 내음이 기분좋게 스며들고.....
 
친구들: 샤를로트! 괜찮아? 보건실에 있어?
 
저 멀리서 산통을 깨는 목소리에 휴버트가 먼저 반응해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휴버트 :...... 교실에서 봅시다.
 
샤를로트 :아......응...(끄덕인다)
 
그렇게 먼저 보건실을 나가는 휴버트의 뒤로 달려온 것처럼 보이는 친구가 다가옵니다.
 
친구들: 한참 안 돌아오길래 가다가 뭔 일 난 줄 알았잖아. 치료 다 했네? 부축해 줄테니까 교실 올라갈까?
 
꿈 속에서 잠시 머물러있다가 나온 듯한 멍한 시선이 무릎에 닿습니다.
 
상냥하게 붙어있는 반창고가 상처를 틈 없이 가려주고 있네요.
 
샤를로트 :괜찮아, 별 일 없었어. 부축은....(잠깐 걸어봄..) 안해도 될거 같아.
 
샤를로트는 친구들과 함께 교실로 올라갑니다.
 
샤를로트 :(자리에 앉음...)
 
교실로 올라가자 오늘은 땡땡이치지 않고 자리에 앉아있는 휴버트가 보입니다.
 
동시에 5교시 선생님이 들어오고, 수업이 시작됩니다.
 
한낮의 태양이 조금씩 저물고, 그 빛줄기를 따라 새파란 하늘에 실구름이 하나하나 걸립니다.
 
고리타분한 선생님의 목소리와 미지근한 바람에 무심코 꾸벅 졸음 인사를 하고 나면, 당신 책상 쪽으로 넘어와 있는 손과 펜이 보입니다.
 
휴버트 :[ 졸립니까? 그러다 책상에 코 박겠습니다. ]
 
끄적거리던 펜이 짧은 필담을 적고 빠져나갑니다.
 
샤를로트 :(!)(펜들고 슥 끄적인다)[졸렸는데...덕분에 방금 잠에서 깻어]
 
휴버트 :[그렇다면 나에게 고마워해야겠습니다. 저 선생님은 까다롭기로 유명합니다. 당신이 진짜로 졸았으면, 봐주지 않고 벌을 주려고 했을 겁니다. ]
 
샤를로트 :(헉 하는 얼굴로 휴버트 쳐다보고 빠르게 끄적임)[진짜야..?? 벌받을 뻔했네.... 고마워.]
(이어서 끄적임)[너는 안졸려?]
 
휴버트 :[ 이정도는 끄덕없습니다. 아무래도 샤를로트는... 체력을 좀 더 기르는 편이 좋겠습니다.]
 
샤를로트 :[운동은....귀찮은데.....]
 
휴버트 :[ 운동을 해서 몸을 날렵하게 만든다면 다치는 일이 조금은 줄어들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
 
샤를로트 :[그래도 역시 귀찮은거 같아.]
[아니면...너가 도와줘.]
(막 끄적이며)
 
휴버트가 막 답을 적으려던 그 때,
 
선생님: 거기 샤를로트! 수업 시간에 집중 안 할래?! 아까부터 계속 딴 짓하는 거 봐줬더니 정신을 못 차리고. 뒤로 나가서 서 있어!
 
휴버트는 쏙 빼고 샤를로트만 지적합니다.
 
샤를로트 :아...앗....네에.......(근데 왜 나만...)(일단 조용히 뒤로나감..)
 
어쩜 이렇게 억울할 수가..>!
 
휴버트와 같이 놀았음에도 혼자 벌을 받고야 맙니다.
 
힐긋거리며 교실 뒤에 서 있는 당신을 쳐다보는 휴버트의 얼굴에 안쓰럽다는 기색이 담깁니다.
 
잠시 고민하는 듯하던 휴버트가 이내 의자를 밀고 일어섭니다.
 
휴버트 :선생님, 저도 같이 딴 짓을 했으니 함께 벌 받겠습니다.
 
그러게 말한 휴버트가 당신 곁으로 다가와 섭니다.
 
선생님은 그런 휴버트를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 뒤에 나가서도 딴짓하면 혼난다." 하고 홱 고개를 돌려 다시 수업에 집중합니다.
 
샤를로트 :(에....)(너는 왜...?)(작은 목소리로 벙긋거리면서...)
 
휴버트 :...
혼자는 외로우니까 말입니다. (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그의 말마따나 같이 벌 받는 사람이 고작 한 명 늘었다고 묘하게 위안이 됩니다.
 
샤를로트 :(헤....)(왠지 기분좋아짐)
 
물론,
 
그 다음 수업부터 대회가 코 앞이라 체육관에 가야 한다며 조퇴한 휴버트 때문에 나머지 수업은 내내 혼자 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 chapter 3: 한여름의 동백 ]
 
다음 날, 휴버트는 어쩐지 1교시부터 보이지 않습니다.
 
아예 등교를 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어디선가 땡땡이를 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네요.
 
워낙 자유로운 녀석이니 마냥 옆자리에 붙여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쿠르릉 쾅ㅡ!
 
굳게 닫아 둔 창문 너머로 새끼 손가락만한 두꺼운 빗줄기가 주룩주룩 내립니다.
 
뉴스에서 가뭄이다 뭐다 하던 걸 본 것이 엊그제 같은데, 다행히도 비가 내려주네요.
 
바깥은 어두운 반면, 교실은 꽤 밝은 분위기가 이어집니다.
 
수업 시간이면 늘 묘하게 얼어있던 친구들의 표정이 한결 밝습니다.
 
음.... 설마, 무서운 휴버트가 없기 떄문이려나요?
 
샤를로트 :.....(빈 옆자리 봄...)
 
선생님: 자~ 얘들아. 제출까지 30분 남았다. 떠들지 말고 어서 해라~
 
친구A: 샤를로트. 거기 신문 1면에 있는 기사 3개만 잘라줄래? 여기에 붙여야 해.
 
조별로 옹기종기 모여서 선생님이 시킨 과제를 마저 합니다.
 
책상 위 커다란 하드보드지 위에 스크랩된 뉴스 기사들이 어지럽게 붙어 있습니다.
 
당신 책상 위에는 친구가 오려달라고 한 신문 한 장과 가위가 놓여 있네요.
 
샤를로트 :(멍하니 옆자리 보다가 퍼뜩 정신차리고)아, 응. ...여기있어.(신문을 잘라서 건네줍니다)
 
샤를은 기사 3가지를 골라 자릅니다.
 
지능판정
 
샤를로트 :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6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라...?
 
어딘가 이상하지 않나요?
 
이 세 번째 기사 내용.... 어제 휴버트가 당신에게 해줬던 말과 다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휴버트 :이틀 뒤에 [아마추어 복싱 대회]가 열립니다. 그 곳에 출전하기 위해....
 
어제 분명 대회는 이틀 뒤라고 했으니... 내일이 대회여야 할텐데, 뉴스 기사엔 이미 어제 개최했고 끝났다고 쓰여 있습니다.
 
... 앞의 두 기사도 그렇고.... 어딘지 모르게 당신이 알고 있던 상식이나 생각과 영 딴판인 것 같습니다.
 
이성체크
 
샤를로트 :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샤를로트 :....?(뭔가...이상한데...?)(신문기사 유심히 보며...)
 
당신이 받은 충격과는 별개로 시간은 잘만 흐릅니다.
 
그렇게 정신을 차려보면 급식실.
 
눈 앞엔 입으로 먹는지 코로 먹는지 몰랐던 빈 식판이 놓여 있습니다.
 
친구B: 샤를로트! 다 먹었으면 올라가자. 밖엔 비 와서 못 나갈 것 같고, 교실에서 놀아야겠네.
 
아직도 어안이 벙벙합니다.
 
친구의 손에 이끌려 정처 없이 급식실을 빠져나와 교실로 올라가려는 찰나.
 
저 복도 끝, 보건실 앞에 서 있는 인영이 보입니다.
 
샤를로트 :(...혹시)(급하게 잡힌 손을 놓고는)자.잠깐만...먼저 가있을래..? 잠깐 보건실에 들렀다 갈게.
 
친구C: 응..? 어디 아파?
 
샤를로트 :어?(변명할거리를 찾다가)..으응, 어제 다친거 때문에...금방 갔다올게...!(적당히 둘러대고 보건실로 뛰어갑니다)
 
길고 하얀 가운을 걸치고 있는, 누가 봐도 보건 선생님으로 보이는 사람입니다.
 
그가 보건실을 앞에 두고 손톱을 물어뜯으며 초조한 기색으로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샤를로트 :(선생님이였네...)....어, 선생님...?(조심스럽게 말걸어봄)
 
다가가 보건 선생님에게 말을 걸자, 한참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있던 그가 화들짝 놀랍니다.
 
보건 선생님: 허억....! 노, 놀래라....... 무슨 일이니? 어디 아, 아파서 온거니..? 만약에 아픈 거라면, 미안하지만.. 오늘은 치료가 힘들 것 같구나.....
 
샤를로트 :아, 아뇨...괜찮아요....저. 혹시 무슨일이라도 있나요....?
 
보건 선생님: 아..저, 그게.... 보건실에 너무 무서운 게 있어서 말이야. 부끄럽지만 내가 겁이 많은 편이라..... 혹시 괜찮다면 선생님을 좀 도와줄 수 있을까?
 
보건실에 대체 어떤 무서운 것이 있길래, 손 끝이 하얗게 질려선 당신의 팔을 간절하게 붙잡습니다.
 
샤를로트 :무서운거요....?(학교에 무서운게...?)어....알겠어요.....
 
보건 선생님: 아마도.... 휴버트 같은데, .... 그 왜, 선생도 팬다는 걔 있잖니. 하지만 너라면... 괜찮을 거야! 보통 다들 나보다 용감해서 쟤한테 나처럼 떨진 않는 것 같더라고.
 
샤를로트 :휴버트가 있어요...?!(크게 놀라더니).........다행이다.(아직 있구나...안도하며...)..들어가요.(보건실 문열고 바로 들어감)
 
보건 선생님: (샤를로트의 뒤에 대고) 책상 위에 있는 진료 차트를 가져와주면 된단다. 나는 교무실에 가 있을 테니 그곳으로 가져다주렴-!!
 
잔뜩 겁을 집어먹은 보건 선생님이 당신에게 부탁을 밀어 넣고 다급히 교무실로 도망갑니다.
 
보건실 안은 무척이나 어둡습니다.
 
이런 곳에서 불도 안 켜고 뭘 하고 있는 걸까요?
 
쿠르르- 콰쾅 -!!
 
일순간 내려친 번개로 보건실 내부가 한차례 환해졌다가 다시금 어두워집니다.
 
형광등을 켜지 않아서일까요?
 
비 오는 날씨 때문인지 어쩐지.... 으스스하네요.
 
샤를로트 :(어두워....)(스위치를 찾아서 불을 켭니다)
 
불을 켜면 침대 중 하나에 누군가 누워있는 듯한 인영이 보입니다.
 
샤를로트 :....휴버트?(다가갑니다)
 
커튼을 걷어보면 곤히 잠들어 있는 휴버트를 발견합니다.
 
아침부터 내내 보이지 않는다 싶더니.... 애초에 보건실로 등교해서 여태 자고 있던 걸까요?
 
샤를로트 :자고있네....(자는거 지켜봅니다...)
 
휴버트는 한참을 그러고 자다가 스르르 눈을 뜹니다.
 
휴버트 :...? 샤를로트..? 왜 여기 있습니까?
 
샤를로트 :응? 보건선생님 부탁으로 잠깐... ...혹시 아침부터 계속 여기 있었어?
 
휴버트 :아, 그렇습니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부탁이라니 어떤 부탁입니까?
 
샤를로트 :진료차트를 가져다 달라고 하셨어. 그런데...어디있는지 모르겠네...
 
휴버트 :그건 아마 책상 위에 있을 겁니다. (다시 침대에 자세를 바꿔 눕는다.) 계속 여기 있을 거라면, 점심 시간이 끝나기 전까지 눈을 붙이는 건 어떻습니까?
 
휴버트는 자신의 옆자리를 내어줍니다.
 
샤를로트 :....아, 여기있다...고마워.(휴버트의 말에 고민하다가)....그럴까...?(휴버트 옆자리 봄)어...거기?내가 누워도 괜찮아?
 
휴버트 :안될 것도 없습니다.(아직 졸린 듯한 투로 중얼거리다, 샤를로트의 한 손에 무선 이어폰 한 쪽을 올려준다.)
잠이 오지 않으면 이거라도 들으면 되겠습니다. 그럼 이따 깨워주세요.
 
잘 보니 반대쪽 이어폰은 휴버트가 꽂고 있습니다.
 
샤를로트 :그럼...(무선이어폰 한쪽귀에 꼽고 휴버트 옆에 조심히 눕습니다...)....응.
....점심시간 끝나면 바로 가는거야..?
 
휴버트 :.....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졸린 듯 눈을 감는다.)
 
다시금 곤히 잠든 휴버트의 옆자리에 눕습니다.
 
시선 끝에 바깥의 풍경이 새어 들어옵니다.
 
차츰 얇아지는 빗줄기가 창문을 토독, 토도독, 옅게 두드립니다.
 
천천히 걷히는 먹구름 사이사이로 희미한 햇빛이 비춰 꼭 자연이 만들어낸 샹들리에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여유로운 노랫소리가 그 풍경에 알맞게 어우러집니다.
 
샤를로트 :......(몸 살짝 돌려 자는 휴버트 쳐다본다..)
 
서서히 움직이던 시선의 종착지는 역시 휴버트의 얼굴입니다.
 
뺨에 드리운 촘촘한 속눈썹이 유독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그 안쪽에 어떠한 눈빛을 품고 있는지 알기 때문일까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자각하지 못한 채, 마냥 바라보게 됩니다.
 
먹구름이 바람에 밀려 흩어지는지, 휴버트의 곧은 이마에서부터 햇빛이 물듭니다.
 
찬찬히 내려오던 빛이 눈가에 머물면, 잠든 와중에도 눈이 부신지 설핏 눈살을 찌푸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샤를로트 :(찌푸리는 모습을 보다가 살짝 일어나서 커튼을 쳐줍니다)
 
빛이 가려지자 이내 편안한 표정으로 돌아옵니다.
 
곧 점심시간이 끝나가니, 햇빛을 가리지 않고 그냥 깨워도 좋았을텐데....
 
구태여 이유를 달자면, 그래요.
 
비좁은 보건실에 모로 누워 서로 같은 음악을 듣는 이 느긋함을 아주 조금만 더 지속하고 싶었다- 정도로 설명하면 될까요.
 
샤를로트 :.....내일도...너랑 같이 있고 싶어.(괜히 입밖에 내봅니다)
 
결국 휴버트와 샤를로트는 점심시간이 다 지나고 나서야 겨우 일어나 보건선생님의 부탁을 해결하고 교실로 갑니다.
 
점심시간이 끝났다는 종이 한참 전에 울렸는데도, 혈기 왕성한 학생들답게 교실은 여전히 왁자지껄 합니다.
 
휴버트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누군가 찬물이라도 끼얹은 듯 삽시간에 싸해집니다.
 
아마도 오늘 내내 나타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휴버트가 등장했기 때문인 것 같네요.
 
휴버트 :.............
 
자리에 앉으면 어느새 비가 그친 풍경이 보입니다.
 
푸릇한 이파리 끝에 모여드는 물방울이 똑, 똑, 떨어지는 광경을 배경 삼아 수업이 시작됩니다.
 
휴버트는 여전히 수업에 집중하는 법이 없습니다.
 
한참 꼼지락거리며 뭔가를 하고 있길래 바라보면....
 
[파란색 종이] 로 종이비행기를 가득 접고 있습니다.
 
샤를로트 :(교과서가 아니네..?)(파란색 종이 봅니다)
 
이내 휴버트가 창문을 반 쯤 열더니, 수업 내내 심심할 때 마다 하늘로 종이비행기를 날려보냅니다.
 
휴버트 :같이 하겠습니까? ( 파란색 종이비행기를 몇 개 나눠준다.)
 
샤를로트 :(종이비행기를 보다가 소원을 빌었다는 게 생각났는지)....응.(끄덕이면서 종이비행기를 받습니다)
(종이비행기를 들고 잠깐 생각하다가 밖으로 날려보냅니다)
 
창문 밖으로 날려보낸 종이비행기들은 공기에 가득한 눅눅한 물기를 한껏 머금었는지, 멀리 날아가지 못하고 날리는 족족 아래로 떨어집니다.
 
바로 밑엔 소각장이 있으니 열심히 접은 보람도 없이 곧장 테워질테죠.
 
그럼에도 휴버트는 가져온 종이를 전부 종이비행기로 접어 꿋꿋이 날려보내고선, 단 하나의 종이비행기를 남깁니다.
 
샤를로트 :(남은 종이비행기를 봄)이건 안날려...?
 
휴버트 :이건... 마지막이니까, 조금 있다 쉬는 시간에 날릴 생각입니다.
 
때마침 수업 종료 알림이 울리고, 휴버트는 한 손에 종이비행기를 쥐고, 다른 손을 당신에게 내밉니다.
 
휴버트 :이거, 같이 날리러 가지 않겠습니까?
 
샤를로트 :(내밀은 손을 멍하니 보다가 잡습니다)...응, 좋아. 어디서 날릴거야?
 
휴버트 :일단 따라오면 됩니다.
 
휴버트는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하고 샤를로트의 손을 잡고 어딘가로 데려갑니다.
 
도착해보면, 학교의 옥상입니다.
 
학생이 함부로 올라와도 되나 싶지만, 옥상 문은 생각보다 수월하게 열립니다.
 
바깥으로 나가보면 비 온 뒤 느껴지는 청명한 비냄새가 풍깁니다.
 
하얗게 변한 뭉게구름과 새파란 하늘을 담은 물웅덩이도 곳곳에 보이네요.
 
그 위를 휴버트와 함께 지나가면 찰박거리는 소리가 무척이나 청량하게 들립니다.
 
이윽고 새하얀 난간에 다다르면, 학교 전경이 전부 내려다보입니다.
 
휴버트 :여기서 날리면, 더 멀리 날아가지 않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휴버트는 그렇게 말하며 파란 미소를 띕니다.
 
샤를로트 :옥상은 예전에 다니던 학교에서도 가본적 없었는데...(두리번...)
 
그가 당신에게 종이비행기를 건넵니다.
 
휴버트 :같이 날리겠습니까? 마지막 소원이니까요.
 
샤를로트 :그럴까...너는 무슨 소원 빌거야...?
 
휴버트 :..... 내 소원이 뭔지, 기억하고 있습니까?
 
샤를로트 :....응, 기억해. (신문기사가 떠올랐는지 조금 머뭇하다가).....대회에서 우승하게 해달라는거...아니야..?
 
휴버트 :(작게 고개를 저으며) 번복해서 미안하지만, 소원이 바뀌었습니다.
샤를로트도 알다시피.... 대회에서 운이 나쁘면 목숨을 잃을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만약...
만약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난다면.... 당신이, 샤를로트가....
나와 함께한 이 여름, 이 시간을 꿈꾸듯이 잊어줬으면 합니다.
그게 나의 소원입니다.
 
샤를로트 :(놀란듯 쳐다보다가 곧 그건 싫다는 표정으로 바뀌고)(고개를 젓고는)......어째서...나는..나는 그러고 싶지않아. 너랑 함께했다는 사실을 잊고 싶지않아..... 나는 너랑 앞으로도 함께 하고 싶은데...왜......
 
휴버트 :.....만약의 일이니까요. 저는 그 대회를 오랫동안 준비한 만큼 꼭 참여 해야하고... 당신이 오랫동안 슬퍼하는 건 별로 원하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만약의 일이니까... 이제 비행기를 날릴까요?
 
샤를로트 :.......싫어, 그런 소원이면 나는....날리고 싶지않아...(휴버트 손을 힘주어 꾹 쥡니다)
 
휴버트 :그래도...
 
샤를로트 :(한참을 고민하다가 말을 꺼냅니다).........있잖아...정말 너한테는 말도 안되고 못 할 소리처럼 들리겠지만...이번 대회에는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어쩌다 신문을 봤는데....거기에 대회에서 사고가 났다는 기사가 있었어, 너가 말했던 그 대회가 계속 생각이나더라.....그래서.....(점점 목소리에 물이 차며)
...그래서...(말을 삼키고는).....그래도 나갈거라면...그 소원말고 다른 소원을 빌어줘.(잡은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간다)
 
휴버트 :....그러면... 샤를로트가 내가 대회에서 우승했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빌면 어떻겠습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대회가 위험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확률이 낮으니까 말입니다.
 
샤를로트 :역시 나갈생각이구나...(끄덕인다)....그래도 걱정되는걸 어떡해.(시무룩).....그럼...다치지않고 우승해줘. 한대도 안맞고 우승하면 더 좋겠지만...(말도 안돼는 소리인걸 아는지 신발 앞코로 바닥을 툭툭 친다)....약속해줘.
 
휴버트 :....(미묘한 표정으로 샤를로트를 바라보다가) 약속하겠습니다.
그럼....
이제 종이비행기를 날려볼까요?
 
샤를로트 :.....응.
 
건네준 종이비행기를 받아들고 난간 너머를 향해 손을 들어올리면,
 
이내 뒤에서 당신의 손을 겹쳐잡는 손길이 느껴집니다.
 
곧 손에서 떠난 종이비행기가 짙푸른 하늘에 둥실 뜹니다.
 
그 하늘에 집어삼켜질 듯이 동일한 색을 띤 종이비행기는 고요히 허공을 부유하다가 이내 미끄러지듯 아래로 추락합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휴버트가 기쁜 것도 슬픈 것도 아닌 표정으로 입을 엽니다.
 
휴버트 :.... 마음이 후련합니다. 이제 더 이상 종이비행기를 날리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느낌입니다.
 
시원섭섭한 미소를 끌어올리던 그가 옥상 문을 턱짓합니다.
 
휴버트 :그만 내려갑시다.
나는, 조퇴하고 체육관으로 갈 겁니다. 내일 멋지게 우승하고 오겠습니다. 응원해주십시오.
 
샤를로트 :(끄덕이면서)(사실 우승하지 않아도 좋아, 그냥 너가 다치지만 않으면 좋겠어.).....응원할게.
 
휴버트는 고개를 끄덕이고 옥상을 내려갑니다.
 
이제 종이비행기를 날릴 일이 없다는 건 왠지 아쉽기도 합니다만, 어쩔 수 없는 거겠죠.
 
[ chapter 4: 이 여름을 꿈꾸듯 띄워 보낼게. ]
 
다음 날.
 
아침 등굣길이 어째선지 싱숭생숭 합니다.
 
아침부터 추적추적 약하게 내리는 여우비 때문만은 아닐거에요.
 
아마 지금 쯤이면, 휴버트의 복싱 대회가 시작했을 겁니다.
 
휴버트는 걱정말라고 했지만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라.....
 
내심 초조한 감정을 감추기 힘든 것 같아요.
 
그렇게 교실 앞에 다다르면,
 
휴버트가 없을 때는 늘 소란스럽던 교실이 웬일로 잠잠합니다.
 
뭘까요? 설마 담임 선생님이 벌써 들어와 계시는...
 
샤를로트 :(어라...나 지각...?)
 
헉! 착잡한 마음 때문에 걸음이 느렸던 탓일까요?
 
앞 창문 너머로 이미 담임 선생님이 교실 안에 계십니다.
 
어서 지각한 사실을 용서받고 자리에 앉는 것이 좋겠네요!
 
샤를로트 :(진짜 지각이잖아)(서둘러 교실에 들어갑니다)
 
급히 교실로 돌아가 죄송하다고 고개를 꾸벅거리자,
 
담임 선생님은 별말 없이 자리에 들어가 앉으라고 말씀해 주십니다.
 
그렇게 자리에 가서 앉으면.... 빈 옆자리가 보입니다.
 
늘 찢어진 교과서가 펼쳐져 있던 책상 위로....
 
새하얀 국화 꽃다발이 놓여 있습니다..
 
............
 
.....?! 국화꽃...?
 
아직 대회는 진행 중일텐데! 누가 이런 질 나쁜 장난을....!
 
샤를로트 :.....??(이게 뭐야..?)(멍하니 국화꽃을 바라봅니다...)
 
담임 선생님: ....자, 오늘 조례 시간은 휴버트의 49제를 기리는 시간으로 보내자. 다들 천국에 있을 휴버트를 위해 조용히 묵념.
 
....휴버트가 죽은 지 49일이나 된 존재였음을 알게 된 샤를로트, 이성 판정
 
샤를로트 :
SAN Roll
기준치: 64/32/12
굴림: 35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1D2
 
샤를로트 :
Rolling 1d2
굴림: 2
 
그럴리가 없다고 되뇌이는 당신과 달리, 교실 내에 있는 모두가 이 사실을 평범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 세상 전부가 당신의 여름에 존재했던 휴버트를 부정합니다.
 
그 어마어마한 진실 앞에 덩그러니 놓인 당신에게로 비참한 현실이 들이닥칩니다.
 
휴버트 :나와 함께한 이 여름, 이 시간을... 꿈꾸듯이 잊어줬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여름에서 자신을 비워달라고 속삭이던 목소리가 귓가에 잔흔처럼 머뭅니다.
 
그 허상의 존재가 함께 어울렸던 기억을 기어코 지워내려 합니다.
 
샤를로트 :.........
(....잊고 싶지않아, 끝까지....기억하고싶어.)
 
아뇨, 그렇게 둘 수 없어요.
 
당신의 여름에 명명히 새겨진 휴버트를 그렇게 쉽게 들어낼 수 없습니다.
 
분명.... 분명 어딘가에 있을 거에요.
 
그가, 그 존재가 머무를만한 곳에. 분명히.
 
샤를로트 :(교실에서 뛰쳐나옵니다)(휴버트가 있을만한 곳으로...)
 
그가 평소에 머무르던 곳이 어디였을까요?
 
학교에 있는 것 같긴했는데, 교실에 자주 들어오지 않았으니..
 
샤를로트 :(혹시 보건실...?)
 
샤를로트는 곧장 보건실로 향하지만, 그 곳에 휴버트는 보이지 않습니다.
 
샤를로트 :(없어....)(그럼 옥상으로...)
 
옥상에도 그의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요?
 
샤를로트 :(여기도 없으면...어디에.......)휴버트.....
 
지능 판정
 
샤를로트 :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문득, 어제 휴버트와의 마지막 순간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아름답게 물들었던 짙푸른 하늘과 그 속으로 삼켜질 것처럼 부유하던 종이비행기..
 
그것이 향한 곳은...
 
샤를로트 :(설마 소각장...?)
 
정신없이 소각장으로 내달리기 시작합니다.
 
이제 남은 곳은 그곳 뿐이니끼요.
 
버겁게 차오르는 숨이 턱 끝까지 치밉니다.
 
뛰는 와중에도 갖은 생각과 감정이 터질 것처럼 벅차올라 가슴을 먹먹하게 만듭니다.
 
다친 무릎을 섬세하게 치료해 주던 손길, 따갑게 내리쬐는 햇빛을 등지고 그림자를 겹치며 마음을 나누었던 모습, 함께 손을 잡고 하늘을 향해 소원을 띄워 보내던 순간...
 
그와 함께한 여름이 하나하나 선명하게 스칩니다.
 
이윽고 소각장에 도착하면...
 
이곳 또한 휴버트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허탈한 시선 끝에, 소각장 주변으로 군데군데 떨어져 있는 종이 비행기들이 보입니다.
 
멀쩡한 것은 하나도 없고 타들어간 재의 형태입니다.
 
....그러나 그 중, 유일하게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짙푸른 종이비행기 하나가 눅눅히 젖은 채로 떨어져 있습니다.
 
다행히도 비에 젖어 타들어가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휴버트가 당신의 여름에 존재했다는 유일한... 흔적입니다.
 
샤를로트 :(푸른색 종이비행기를 집어듭니다....)
(종이비행기를 손에 꼭 쥐고는).........나랑...약속했으면서.....(울먹이면서...)
 
접혀있는 종이 비행기 안 쪽으로, 무언가 글씨같은 것이 적혀있는 듯 보입니다.
 
샤를로트 :....?(종이비행기를 펼쳐봅니다...)
 
글의 내용은 편지입니다.
 
그 글을 읽으면, ...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정이 쏟아집니다.
 
샤를로트 :....(글을 읽으면서 몇번 훌쩍이더니 이내 울어버리고 맙니다)(파란색 종이만큼은 품에 꼭안고서는)
약속했으면서....우승해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으면서...! 나는 너랑 함께 있고 싶었는데.....
 
당신의 여름에 멋대로 나타났다가 멋대로 사라진 휴버트.
 
정말 이기적인 사람이죠.
 
종이비행기는 영원히 날지 못한다는 걸 그동안 내내 보여줘 놓고...
 
....자신을 잊으라는 소원을 담아 날려 보낸 건,
 
바라면서 바라지 않는 소원.
 
그의 말처럼 함께한 시간은 찰나일 뿐인데도,
 
비어버린 공란이 이다지도 크게 느껴지다니.
 
그 공란에 어떤 의미를 넣어 메워보려고 해도 결코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만이 맴돕니다.
 
그때..
 
콕.
 
당신의 뒤통수에 무언가 살포시 닿았다가 바닥으로 톡 떨어집니다.
 
샤를로트 :(휙 뒤돌아 떨어진것을 봅니다)
 
확인해 보면, .... 낯선 종이 비행기입니다.
 
급히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면, 옥상에서 반짝, 하고 눈을 시리게 하는 빛이 스칩니다.
 
분명 사람은 아니였어요.
 
그저... 어떠한 색채. 라고 표현하면 좋을까요?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려 들 수 없는 존재가 띄워 보낸 종이비행기가 당신의 손에 놓여 있습니다.
 
샤를로트 :(손에 놓여진 종이비행기를 봅니다...)
 
낡고 누렇게 해진 종이를 접어 만든 것 같은 비행기입니다.
 
샤를로트 :(무슨...종이지...?)(펼쳐봅니다)
 
무엇하나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지만....
 
적어도 당신에게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 만큼은 뚜렷이 알 수 있습니다.
 
샤를로트 :(종이를 읽다가...).....!(이거라며....휴버트도 다시....)
(주문을 사용합니다)
 
주문을 시전해도 크게 달라진 것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거의 사그라들던 희망엔 자그마한 불씨가 켜집니다.
 
그래요. 다시 처음부터 찾아보는 거에요.
 
어딘가에서 날고 있을, 당신의 여름을 실은 종이 비행기를.
 
샤를로트 :(천천히 걸음을 때고 걷다가...점점 속도를 올려 휴버트를 찾아 나섭니다)
(어디에 있을까...보건실부터 찾아봅니다)
 
그 기대에 찬 발걸음이 다다른 곳은,
 
우리가 처음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 보였던 보건실입니다.
 
그 안쪽으로 들어가보면, 활짝 열린 창문과 오로라처럼 너울거리는 커튼.
 
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아른한 실루엣...
 
하늘하늘 나풀거리는 커튼을 잡아 젖히면,
 
휴버트 :... 샤를로트.
 
이내 비가 그친 한여름의 풍경이 스며듭니다.
 
다시금 시작되는 매미 울음소리, 나뭇잎 사이를 스치며 청량한 노래를 자아내는 하늬바람, 구름 사이로 내리쬐는 햇살의 물결.
 
휴버트의 존재만큼 다시 채워진, 우리의 여름이 이어집니다.
 
샤를로트 :....휴버트?
....휴버트 맞지..?
 
휴버트 :그럼요. 여기 휴버트가 저 말고 또 있습니까?
나를... 돌아오게 해줘서.. 살아있을 수 있게 만들어줘서 고맙습니다.
 
샤를로트 :...(울먹이다가 냅다 달려가서 끌어안는다)
.......약속은 지켜야하니까...
 
휴버트 :(그저 웃으며 샤를로트를 품 속 가득 안는다.)
 
END 1
 
< 내가 있는 여름>
 
KPC, PC 생환
 
이성 회복 1D5
 
둘은 푸른 여름 하늘 아래에서 행복한 학교 생활을 하게 됩니다.
 
샤를로트 :
Rolling 1D5
굴림: 3